재계약 후 계약갱신청구권, 또 쓸 수 있을까?
전월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많은 임차인분들이 고민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계약갱신청구권'에 관한 것인데요. 특히 임대인과 원만하게 합의하여 재계약을 했거나, 묵시적 갱신이 된 이후에 법적으로 보장된 계약갱신청구권을 또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습니다. 오늘은 재계약 후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가능 여부에 대해 2025년 최신 판례와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명확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 정확히 어떤 권리인가요?
우선 계약갱신청구권의 기본 개념부터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이 권리를 제대로 이해해야 다양한 상황에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거 안정을 위한 법적 장치
계약갱신청구권은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에 따라 임차인이 기존 계약 조건과 동일하게 2년의 추가 거주를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권리입니다.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행사해야 효력이 있습니다.
이때 임대인은 임대료를 5% 이내에서만 증액할 수 있어, 임차인은 갑작스러운 주거비 상승 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1회에 한하여'의 진짜 의미
주임법에서는 이 권리를 '1회에 한하여'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1회'의 의미를 언제 사용한 것으로 보는지 헷갈려 하십니다. 단순히 계약을 한 번 연장하면 무조건 권리를 소진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법의 해석은 다릅니다.
이 '1회'라는 것은 임차인이 법에 보장된 권리로서 명확하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여' 계약을 갱신했을 때 카운트됩니다. 따라서 다른 형태의 계약 연장은 이 권리의 사용으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묵시적 갱신과 계약갱신청구권의 관계
가장 흔한 계약 연장 방식 중 하나인 묵시적 갱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묵시적 갱신은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으로 보지 않습니다.
묵시적 갱신이란?
묵시적 갱신은 임대인과 임차인 양측이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서로에게 어떠한 통지도 하지 않았을 때, 이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이 자동 연장되는 것을 말합니다.
묵시적 갱신 후, 갱신요구권 사용 가능!
법원과 법무부는 묵시적 갱신을 임차인의 능동적인 권리 행사로 보지 않습니다. 법률 규정에 따라 자동으로 이뤄진 것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묵시적 갱신으로 2년이 연장되었더라도, 임차인은 그 갱신된 계약이 만료되기 전에 1회에 한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초 2년 계약 후 묵시적 갱신으로 2년이 연장되었다면, 임차인은 총 4년 거주 후 계약 만료 2개월 전까지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여 추가 2년을 더 거주할 수 있습니다. 이론상 최대 6년(최초 2년 + 묵시적 갱신 2년 + 갱신요구권 2년)의 거주가 가능한 셈입니다.
가장 헷갈리는 '합의 재계약' 후 계약갱신청구권
이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합의하여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는 '합의 재계약'의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도 재계약 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그렇다'에 가깝습니다.
원칙적으로 사용 가능합니다
최근 판례와 유권해석의 일관된 경향은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폭넓게 보호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임대인과 임차인이 합의하여 재계약을 했더라도 이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것으로 보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임차인이 법적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도, 임대인과 자유로운 협의를 통해 계약 조건을 변경하거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입니다. 예를 들어, 5% 이상 임대료를 올려주거나 계약 기간을 1년으로 하는 등 새로운 조건으로 합의했다면, 이는 갱신요구권 행사가 아닌 별개의 '합의'로 봅니다.
'갱신요구권을 사용한다'는 명시적 합의가 없다면
다만 중요한 예외 조건이 있습니다. 재계약서 작성 시, 특약사항 등에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에 따른 재계약임'과 같은 문구가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경우 양측이 권리 사용을 인지하고 합의한 것이므로, 권리를 소진한 것으로 봅니다.
실제로 제가 상담했던 한 임차인 분은, 임대인의 요구로 임대료를 소폭만 올리는 대신 재계약서 특약에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함'이라는 문구를 무심코 넣었다가 추후 권리를 주장하지 못해 아쉬워했습니다. 따라서 재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특약사항을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임대인이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경우
물론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하더라도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거절할 수 있습니다. 법에서 정한 9가지 사유가 이에 해당합니다.
대표적인 9가지 정당한 거절 사유
- 임차인이 2기 이상의 차임을 연체한 경우
- 임차인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 합의 하에 임대인이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 임대인 동의 없이 주택을 전대한 경우
- 임차인이 주택을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 주택이 멸실되어 임대차 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경우
- 안전사고 우려 등으로 재건축 또는 철거가 필요한 경우
- 임대인 또는 그의 직계존비속(부모, 자녀)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 그 외 임차인이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가장 흔한 거절 사유 '실거주'
이 중 가장 빈번하게 분쟁이 발생하는 사유는 단연 8번, 임대인의 '실거주'입니다. 만약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했다면, 임차인은 퇴거해야 합니다. 하지만 임대인은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지켜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임대할 경우 기존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과 답변 (FAQ)
Q. 계약갱신청구권은 언제까지 행사해야 하나요?
A.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대인에게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해야 합니다. 구두 통보보다는 내용증명, 문자 메시지, 카카오톡 등 증거가 남는 방식으로 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임대인이 실거주한다고 해서 나갔는데, 다른 세입자를 들였습니다.
A. 임대인의 실거주가 허위로 밝혀진 경우, 기존 임차인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갱신 거절 당시 월차임 3개월분,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하여 얻은 환산월차임 차액의 2년분, 실제 입은 손해액 중 가장 큰 금액을 기준으로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전입세대 열람 등을 통해 확인 후 법적 조치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Q. 재계약서 작성 시 꼭 확인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A. 가장 중요한 것은 특약사항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포함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러한 문구가 없다면, 합의에 의한 재계약 이후에도 여전히 재계약 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기회가 남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